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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PK를 위한 호소

작성일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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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 하는 상담

PK는 내가 가고 싶은 내 교회를 선택할 권리도 없다. ‘목사님 자녀라는 타이틀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PK의 목을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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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에서 종종 목사님의 자녀들인 PK(Pastor’s Kid)를 만나곤 한다. 이들은 부모님의 직업을 좀처럼 말하려 하지 않는다. “목사라는 직함에, 또 그것이 대변하고 있는 하나님의 영광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상담실을 찾는 PK 들은 대부분 아주 착하고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며 매우 조심스럽다. 공통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외로움과 거절감에 젖어 있으며 억압된 분노와 절망에 차서 상담실을 찾는다.

목사님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목회의 길을 선택하고, 사모님들도 그런 남편과 상의하고 기도하면서 함께 그 길을 가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PK들은 그런 동의와 선택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냥 태어나 보니 부모님은 사역자이고 본인은 PK로 태어난다.

PK는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자란다. 부모님은 교회와 성도들이 항상 우선이고, PK 는 늘 남는 것을 받는 데 익숙하다. 뭔가 모자라면 못 받는 아이는 PK이다. 교회에서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살뜰하게 살피지만 PK는 혼자 자기를 챙긴다. 교회 아이들은 때마다 목사님께 선물도 받고 기도도 받지만 PK는 집에서도 교회에서도 목사님께 무언가를 받지 못한다.

사역 중에 부모님이 겪는 온갖 험한 일들을 다 듣고 다 본다. 소위 믿는 사람들이 하는 상식 밖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환멸을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그것을 말할 수 없다. PK는 내가 가고 싶은 내 교회를 선택할 권리도 없다. “목사님 자녀라는 타이틀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PK의 목을 조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해질 수는 없기때문에 늘 비난과 자책에 익숙하고 항상 부족하고 자신 없고 미안한 존재가 된다.

PK에게는 부모도, 교회도, 목사님도, 이런 모든 것을 속시원히 나눌 친구도 없다. 철저히 혼자다. 때로는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싶지만 그것은 곧 하나님께 반항하는 것처럼 과장되게 느껴지고 부모님의 권위는 너무도 강력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 부모에게는 최고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PK의 부모님들은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느라 PK에게 최고의 관심과 사랑을 줄 여유가 없다. 그러는 동안 어떤 PK들은 마치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아 말라 죽는 화초처럼 서서히 마음이 병들어 간다. 성인이 된 후 온 몸과 마음이 처참하게 무너진 상태로 상담실을 찾는 PK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모든 PK들이 다 그런 건 물론 아니다. PK가 어릴 때는 사역보다 PK를 더 우선적으로 돌보거나 둘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추는 목회자 부부도 있다. 그리고 비록 상황이 힘들어도 잘 극복하면서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주는 고맙고 기특한 PK들도 당연히 있다. 나 역시 남편이 목사이니 나의 자녀들도 PK이다. 아이들이 PK로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려 나름의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PK들은 상담실에서 만나는 분들이기 때문에 더 우울하고 무거운 모습이 많다.

나는 부모님들은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따라 사역에 헌신하면서 자기 자녀는 방치하고 돌보지 않아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는 PK들을 종종 본다. 마약에 중독되어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자녀를 외면하고 선교지로 떠나는 목회자도 있고, 늘 자살 생각으로 가득한 우울증이 있는 자녀는 알고도 방치하면서 사역에만 몰두하는 목회자도 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을 대할 때 내 마음에서는 견딜 수 없는 아픔과 분노를 느낀다. 나 역시 PK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그 내담자들이 다 내 자식 같아서 더 그런 마음이 든다. PK 들이 느끼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철저히 버림받고 내던져진 거절감과 외로움이다. 이 세상에 자기를 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낀다. 부모마저 그들을 버렸고, 그 부모가 섬기는 하나님도 그럴 것이라 느낄 것이다.

사역을 핑계로 그렇게 자녀를 방치할 거라면 자녀를 낳지 않는게 현명한 선택이다. 일단 자녀를 낳았다면 그 자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 키우는 것이 당연한 부모의 책임이다. 소아정신과 오은영 박사는 부모는 부모이기 때문에 반드시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런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나는 오직 주님께 헌신하니 아이는 주님이 다 책임지신다라 말하면서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다.

주님의 뜻을 이루고자 수고하시는 목회자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말 못하는 PK들을 위해 호소하고 싶을 뿐이다.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이 돌보고 섬겨야 할 가장 첫번째 양이라는 것, 자녀들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먼저 섬기지 말라는 것,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의 영역에 당신의 자녀들을 가장 일등으로 세우라는 것이다.


송경화 교수

월드미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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