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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용서

작성일 :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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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 하는 상담

용서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용서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용서를 시작한 후 용서가 완성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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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기독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성경에는 용서하라는 말씀이 여러 군데 나온다. 예수님께서도 용서를 강조하셨고, 심지어 주기도문에서도 용서는 반복적으로 나온다. 크리스쳔 중에 용서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로 모든 죄를 용서받은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용서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그 받은 용서의 은혜로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도 용서해야 한다.

기독교 상담에서도 용서라는 주제가 종종 등장한다. 내담자들은 자기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용서를 결단하고 그 용서를 지키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분명히 용서했다고 해도 막상 어떤 상황이 되면 마음속에 분노가 여전히 끓고 있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내가 당한 만큼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 등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 이렇게 용서를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용서 못함을 회개하거나 죄책감을 느낀다. 역설적이게도, 피해를 준 사람은 뉘우치지도 않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데, 피해를 입은 분이 오히려 용서하지 못함으로 인해 더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 상담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내담자에게 용서가 중요한 주제로 떠오를 때 내담자를 잘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먼저 용서에 대해 신학적, 심리학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하고,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내담자가 용서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용서란, 불공평하고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그런 잘못을 행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고, 그 피해와 손해를 본인이 그냥 감당하기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보다 더 큰 용서를 주님께 받았기 때문이다. 용서의 뜻이 그렇기 때문에, 용서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용서라고 말하기 어렵다. 용서는 상대방(가해자)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베풀어 주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본인(피해자)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잘 구별해야 하는 것은, 용서는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하는 것이지, 현재 진행 중인 일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끝난 일에 대해 피해자가 선택하는 것이 용서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일은 용서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대상이다. 현재 부당하고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 그 일을 멈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 용서해야 하는 게 아니다.

용서하기 위해 피해자는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들, 자기가 억울하게 감수하게 된 피해와 손해 등을 먼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용서는 과거의 그 일을 그냥 묻어 두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기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분명히 해야만 그것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에게 일어난 과거의 힘든 상황을 다시 떠올리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용서를 결심한 피해자는 결심한 그 순간에 용서가 완성되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다시 적개심이나 분노, 억울함 등이 마음속에 여전히 있는 것을 느끼면 실망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용서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용서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용서를 시작한 후 용서가 완성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를 결심한 후 바로 용서가 완결되지 않아도 괜찮다. 용서를 하기로 결단했으면 그것으로 이미 용서는 시작이 된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칭찬받을 만 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럼 용서의 완성은 언제 이루어질까? 내담자가 용서를 시작한 후에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그 일로 인한 내담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상처의 경중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마음의 아픔이 치유되고 상처가 아물면, 그 때 서서히 용서를 할 수 있는 힘이 차오른다. , 용서의 완성은 본인이 이를 악물고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마음의 치유가 진행됨에 따라 이루어진다. 용서는 나의 노력으로 하는게 아니라, 마음의 치유가 이루어지면 은혜로 되는것이다.

지혜롭고 성숙한 기독교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성급하게 용서를 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내담자의 용서를 격려하되 시간이 걸리는 작업임을 알려주고, 내담자 마음의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을 잘 살피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용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상담자다.



송경화 교수

월드미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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