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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 칼럼 - 믿음의 전성기

작성일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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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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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이 돌아올 때마다 2002년 월드컵의 기억을 떠 올리게 된다. 2002년은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해이다. 이때 월드컵을 본 사람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2002년은 단연 한국축구의 리즈 시절이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렸고 실력과 랭킹이 절정에 올랐던, 한국축구의 가장 빛나고 화려했던 순간이다. 처음으로 4강에 올랐던 날의 환희와 희열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리즈 시절” 이란 말은 축구에서 유래되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선수가 축구 클럽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에서 비롯됐다. 소위 가장 잘 나가던 전성기를 가리켜 리즈 시절이라 부른다. 우리 모두 리즈 시절, 즉 전성기가 있다.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가장 멋지고 예뻤던 시절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 특별한 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리즈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를 잊지 못해 사람들에게 흘러간 옛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꼰대처럼 라떼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순간들이 있다.


 신앙도 그렇다. 하나님을 향한 열심과 헌신이 가장 깊고 영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던 때가 있다. 많은 열매를 맺었을 때가 있다. 누구보다 주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 때이다. 소위 신앙의 리즈 시절이다. 그 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으니 지나갔어도 잊지 못할 소중한 믿음의 전성기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명함에 직위, 학위, 경력을 넘어 심지어 40일 금식한 특별한 성취를 기록해둔 경우도 있다. 모두 기념하고 자랑할 만한 업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직함에 대한 미련이, 리즈 시절의 그리움이 인생의 제2 라운드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전성기에 대한 향수와 집착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며, 리즈 시절 속에 사는 이들에게 명함 뒤에 숨지 말라고 충고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은퇴한 많은 남자들은 명함이 사라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화려하고 성공했던 때의 명칭으로 불리는 것을 원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은퇴 이후에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는 그 사람이 가장 잘 나갔을 때, 그때의 직함으로 불러 주는 것을 예의로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은퇴 전에 가장 높은 지위의 직함으로 불리곤 한다.


 하지만 지나간 영광은 추억으로만 남겨 두어야 한다. 화려했던 과거가 지금의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늘이 존재하는 이유가 과거의 결과이지만, 오늘을 사는 목적이 과거에 있지 않다. 지금 나의 모습을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 인생의 전성기가 지났어도 여전히 하루 하루를 가치 있게 살아내서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 뒤를 돌아보기 보다는 앞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한번 뿐인 소중한 기회이다. 이 기회를 허비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업적이 오늘의 열심을 대신할 수는 없다.


 어제 내가 했던 일에 대해 말하기 보다는 오늘 내가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늘을 바로 사는 자세일 것이다. 인생을 다 산 것처럼 지나간 이야기만을 하는 사람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2002년 이미 목표를 달성하고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고 말한 히딩크 감독처럼 아직도 이루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에게 도전을 받는다.


 하나님은 오늘도 일하고 계신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내게 맡겨진 일을 해야 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직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을 하나님은 사용하실 것이다. 하나님의 관심은 나의 과거가 아니라 나의 지금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지난 라떼의 신앙고백이 아니다. 오늘 나의 믿음의 고백과 선택이다. 지금 나의 믿음이다. 세상에서는 나의 전성기가 지났을지 모르지만 신앙에 있어서는 지금이 나의 전성기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신앙으로는 지금이 나의 리즈 시절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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