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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애착5: 혼란형 불안정 애착

작성일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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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실을 찾는 분들 중에서 가장 마음 아픈 분들이 혼란형 불안정 애착을 가진 분들이다. 혼란형은 공포 회피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앞에서 살펴 본 회피형과 불안형이 합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만 3세 이전의 아기였을 때, 엄마(혹은 일차 양육자)가 아기를 돌보기는커녕 오히려 아기를 신체적, 정서적으로 힘들게 하고 고통을 주었던 경우에 혼란형의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기 쉽다. 


 엄마(혹은 양육자)가 아기를 돌보지 않고 오히려 고통을 주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이 세상 어느 엄마가 제 몸으로 낳은 아기를 사랑하지 않겠으며 정성으로 돌보지 않겠는가?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다.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엄마가 죽었거나 이혼 등으로 집을 떠나 아기를 돌볼 수 없었던 경우, 엄마가 산후 우울증 등으로 정신적으로 아기를 돌보기 어려웠던 경우, 부부 갈등이 매우 심각해서 아기에게 미쳐 관심을 줄 수 없었던 경우, 부모가 중독이나 정신 질환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 원하지 않는 아기를 낳은 경우, 부모 역시 자신의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분노 조절이 어려운 경우, 부모가 무척 불행했던 경우, 아들을 원했으나 딸을 낳은 경우 등 이유와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기는 당연히 받았어야 할 부모의 사랑과 돌봄을 못 받았고, 심지어 부모에게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아기는 힘들 때 부모에게 가면 부모가 나를 위로해 줄 건지 오히려 나에게 더 상처를 입힐 것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그래서 너무나도 부모의 사랑이 고프지만 부모에게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고 부모가 다가오면 두려움에 떤다. 만 3세까지 부모와의 관계에서 이런 경험을 한 아기는 이런 유형이 굳어져 성인이 된 후 혼란형 유형으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혼란형은 회피형과 불안형이 합해진 것으로, 자기 부정과 타인 부정의 특징을 보인다. 불안형처럼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심하다 (자기 부정). 또한 회피형처럼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고 늘 거절과 상처받을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만들거나 유지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이 두 가지가 합해지면 인간 관계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즉, 다른 사람의 인정과 관심을 너무도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불안형의 사람처럼 다른 사람에게 다 맞춰주고 자기의 것을 희생하면서 다 양보하고 섬긴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봐 주고 나에게 감사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관심과 감사는 자기가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늘 실망하고 상처를 받고 억울해 한다. 자기만 손해 보는 것 같고, 이용당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의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느낌은 결국 자기 부정을 더욱 강화시킨다. 즉, 나는 이 정도밖에는 안돼. 나는 바보 천치야, 와 같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생각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또한 열심히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기 때문에 집착하게 되고, 상대방이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애정을 주지 않는 것처럼 느끼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막상 상대방이 다가오면 갑자기 불편감을 느끼고 상대방을 피하거나 공격함으로써 상대방이 피하도록 만들곤 한다. 상대방에게 사소한 것을 심하게 비난을 하거나, 갑자기 어색한 거리를 두거나, 연락을 피하거나 화를 내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과 거리를 만든다. 그리고는 다시 그 거리감이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면, 또다시 집착하면서 상대방의 애정을 구한다. 이런 집착과 공격의 반복되는 패턴은 결국 상대방으로 하여금 서서히 지쳐서 관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게 되고, 상대방이 떠난 후에는 자기 부정과 타인 부정이 더 한층 강해지면서 마음으로 큰 상처를 받곤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평생 무한반복된다는 것이다. 혼란형의 내담자들은 인간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상처를 받으면서 그 고통 때문에 상담실을 찾는다. 이 분들은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공감 능력이 없고 차갑고 냉정하며 무례하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자기가 항상 손해보고 양보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주변 사람들이 공감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자신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느낄 수 없게 마음이 마비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며 계속해서 상처를 받는 것이다. 혼란형에 대한 내용은 다음 호에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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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교수

월드미션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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