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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재홍 목사의 카톡큐티 - “나이가 들어도”

작성일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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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에 한 생명이 가족들의 축복 속에 태어나서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축복된 인생을 살다가 인생을 마칠 때까지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감사하고 감격스럽다. 기쁘다. 구원을 받은 우리가 이렇게 소중한 은혜를 몰랐다면 과연 어떤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을까? 등등, 모르긴해도 내 성품과 성격을 생각해 볼 때에, 세상과 사람과 물질을 나의 우상처럼 섬기면서 이웃들에게 불행하고 불편을 주는, 불쌍한 인생이 되었을 것 같는 생각이 든다. 마음은 부정하고 싶어도 정말 그랬을 것만 같다. 


 하나님의 사랑하심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을 통해서 영생 구원을 선물로 저에게 주신 은혜가 새삼 느껴지는 아침이다. 조상적 믿음, 모태신앙으로 당연한 삶을 살았던 천방지축 철없던 유소년 시절, 내 의지로 구세주를 붙들고 죽기까지 순종하리라 서원을 했던 패기넘치는 청소년기, 신학생으로 개척교회를 섬기며 부흥을 외치던 청년 전도사의 열정, 첫 목회지인 명동에서 설레임으로, 두렵고 떨림으로 첫 설교를 하던 목회의 감격, 사랑하는 성도님들의 축복 속에 가족들과 함께 목사안수를 받던 은혜의 순간, 감당하기에 벅찼던 유학생활과 이민목회의 아름다웠던 인생의 추억이 떠오른다. 


 어언 10년이 지나 사명을 따라 선교를 마치고, 목회를 이어가며, 펜데믹으로 그 동안 만남이 없었던 주변의 모든 분들을 마주칠 때마다, 우리가 서로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반가움 속에 오랫만에 만난 지인의 머리는 희어졌고, 육체의 가시가 생겼다는 말을 이구동성으로 듣게 된다. 자녀가 먼저 속도위반을 해서 천국에 갔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덤덤하게 말씀해 주신다. 세례를 베풀고 주례를 했던 가족들은 자녀를 낳고 아이들은 키가 훌쩍 커버렸고, 그 아이들은 나를 내려다 보고, 나는 처음 보는 얼굴처럼 인사를 나눈다. 선배 목회자들은 은퇴를 하고 인생을 바쳐서 눈물로 일군 사역현장을 두고 떠나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내 주변의 목회현장을 돌아본다. 가까운 가족부터, 영적교제를 나누는 성도들과 이웃들에게서 삶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누구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는 소식이 매일 들려온다. 누구는 몸이 아파서 교회 출석을 못겠다고 한다. 매일 여러분들이 병원 진료와 수술일정, 자녀의 진로와 장래에 대한 기도요청이 끊임없이 전달된다. 


 그리고 성도들의 가정을 심방하면서 느끼고 보이는 것들이 있다. 펜데믹의 영향으로 만남의 기회와 주야간 삶의 지경과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가방과 책상위에 복용해야 할 약병들과 간이 의료기구, 큼직한 돋보기가 자리한다. 나도 언제부턴가 외출할 때는 더듬거리며 서너번씩 주머니속의 소지품을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챙겼건만 종일 불편함을 겪을 때가 종종 있었다. 솔직히 숨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성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예배를 위해서 일부러 더 챙겼던 그 메모지, 예배의 내용이 담긴 USB, 그 전화기를 두고 나와서 함께 계신 분들에게 죄송했던 기억도 부지기수였다. 그 당시의 부족한 상황을 차분하게 이해해주고 고통을 견뎌주신 분들이 새삼 너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참 귀한 분들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삶에서 내가 모르는 것들이 내가 배우고 습득하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우리 주변을 채워 나가고 있다. 그 속도감을 표현할 때 일반적으로 자기 나이 숫자와 같다고 한다. 세상은 변하고 세월지나서 우리의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는 것을 시인하게 된다. 주중에 교회 장로님과 사역으로 통화하면서 “목사님 이제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실 때에 감자기 내 마음이 울컥했다. 어쩜 내 마음을     들킨것처럼 내 생각과 같은 고백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매일 중보기도하는 권사님도 ‘목사님, 우리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래요. 그전엔 안 그랬어요!”라고 말씀하신다. 갑자기 장모님 임이순 권사가 평소에 하시던 “최 목사, 정말 세월 앞에 장사없는 것 같애요” 라는 말씀이 내 귀가에 맴돈다.


 그런데 정작 나이가 들어서도 우리가 챙기지 못하는 것이 또 있다. 그렇게 함께 살고 오래 지냈어도 말이다. 인생을 걸고 평생 사랑한다고 말했던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차 챙기지 못했던 것이 있다. 어찌보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다. 아내와 남편, 자녀들에 대한 속마음, 성도들의 진심, 목자의 심정, 예수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 우리가 어떤 형편에 처할지라도 주께서 축복해 주신 가정과 공동체에서, 구원받은 영혼의 기쁨을 간직하고, 서로를 돌아보며 몸은 나이들어도 영혼이 평안한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나이가 들어도 주 예수님 앞에 진실하고 변함없기를 소원삼고 기도한다. 사랑하는 분들 모두 끝까지 주께서 원하시는 성도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나이들기를 소망한다. 샬롬!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년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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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목사

쉴만한 물가교회

joshchoi033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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