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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모스 목사의 일터영성 - 디아스포라의 역할

작성일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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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일하는 일터가 좋아지고
함께일하는 동료들의 삶 좋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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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사실 교회안이 아니라 세상 속이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성도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일터가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에 가장 좋은 곳이 되겠지만, 목회자들의 경우 세상속에 들어가서 디아스포라의 역할을 감당할 기회란 좀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는 영역인 것이 사실이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교회에서는 목회 사역을, 그리고 흔히 말하는 세상 직업을 갖고 주중에는 세상일을 풀타임으로 병행하는 사역을 해오고 있다. 지금 필자의 세상 직업 타이틀은 주방장이다. 주 5일 식당에서 일을하며 지내고 있는데, 사실 단 한번도 이 식당일이 내 사역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다시말해, 주중에 식당에서 하는 일 역시 교회 사역 못지않게 중요한 내 사역으로 여기며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나의 세상 직업을 통해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당연하면서도 놀랍게도 그저 내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는 것이 가장 복음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란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맡은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되, 두가지를 항상 맘속에 결정하고 출근을 했다. 첫번째는 나로 인해 내가 일하는 식당이 좋아져야 하고, 두번째는 나로 인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삶이 좋아져야 한다 라는 두가지 결심이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부터 정말 많은 기적같은 일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한, 두가지만 나눠보려 한다.


 미국이지만 내가 일하는 식당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인데, 사장님이 매일 식당에 나와 일을 하신다. 매일 사장님을 만날때 마다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라고. 그러던 어느날 같은 인사를 건네는 나를 잠시 멈춰 세우시고는 진지하게 물으시더라. 그런데 왜 목사님은 절더러 인사할때 늘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시죠? 라고 그래서 대답해 주었다. 사장님이 제공해 주신 일자리 덕분에 우리 모든 직원들 뿐 아니라 우리 가족들 까지 먹고 살고 있으니 사장님께 당연히 감사해야지요. 그랬더니 그분의 대답이, 사실 나는 나 자신의 부와 성공을 위해 이 가게를 경영하는 것이지 직원들 먹고사는 일엔 관심이 없었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내 입장에선 감사한 일이다 말을 해 주었고, 그런 후 몇일이 지나서 사장님이 이런 말을 나에게 했다. 내가 이제야 깨달았어요. 이 식당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교지 이자 사명인 것을요. 이제는 내 성공을 위한것 뿐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보다 좋아지기 위해서 이 식당을 경영해야 겠노라고. 원래도 좋은 성품의 사장님 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 식당의 분위기는 정말 여느 은혜 넘치는 교회 못지않은 따뜻함이 넘치는 장소가 되었고, 직원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섬기는 문화가 자리 잡히는 그런 식당으로 변모 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정신이 번쩍 나는 순간을 경험 했는데, 아 하나님께서 나를 괜히 이곳에 보내신 것이 아니었구나, 이곳이 나의 또다른 목회지요 선교지 였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있었던 일 하나만 소개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집 근처의 새로운 식당(카레 전문점)에서 일을 이어간지가 이제 넉달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이전에 일했던 식당과 다른점은 새로운 식당의 동료들의 나이가 상당히 어린 젊은이 들이라는 사실. 대부분이 18~25 사이의 젊은 친구들이다. 일을 하면서 보니, 이 젊은 친구들이 끼니때가 되면 늘 카레를 조금 떠서 밥하고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왜 늘 카레만 먹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카레밖에 없는 식당인데 이것밖엔 먹을게 없어요”라고 하더라. 나보다 열살쯤 어린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가게 영업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점심, 저녁을 만들어 먹여도 되냐고. 식당 주인은 흔쾌히 당연히 된다고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앞으로 점심 저녁때 주방장님이 너희들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줄거라고 말을 해 주었고, 그 첫 날 23살 된 우리 식당의 메니저가 조심스레 다가와 나에게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가게에 있는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치킨 볶음밥과 차돌백이가 들어간 계란탕을 저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름이 Joe 라는 메니저가 차려준 밥을 먹으러 주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음식들을 쳐다보더니 한숫갈 뜨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녀석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닌가. 농담삼아 한마디 건냈다. 내 음식이 눈물 흘릴만큼 그렇게 맛이 있냐고. 그랬더니 그 녀석 하는 말, “엄마가 작년 11월에 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아빠는 돈을 벌러 타주에 가서 일하며 살고 계시고 나는 나 혼자 식당 근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나를 위해 누군가가 밥을 차려준 것이 오늘이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별 생각없이 만들어 준 밥 한끼가 누군가에게 치유와 힐링이 된 순간이었다.


 필자는 목회자는 설교를 잘 하고 가르치기를 잘 하고 교회를 잘 성장시켜야만 좋은 목회자 인줄 믿었었다. 하지만 세상 속에서 일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무슨 일을 하던 주님께 하듯 하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목회자의 모습이요, 성도의 모습이요, 진정한 디아스포라의 모습 이라는 사실을 일터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흩어져 있는 모든 디아스포라 들에게 한마디만 해주고 싶다. 이제껏 해왔던 사역에 스스로 뿌듯해 하는 것은 잠시로 끝내고, 더 주지 못해 미안한 그 품은 마음은 영원히 변치 말자고 말이다.


 난 성도를 만나는 주일도 행복하고, 동료를 만나는 월요일도 행복하다. 역시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 더 큰 기쁨이 있다. 내가 줄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장소가 교회 안이든 밖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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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모스 목사

LA씨티교회 선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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