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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의 생각하며 기도하며- 징 계

작성일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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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랑에는 애정만 아니라 징계도 포함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나님의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때가 많다. 우리를 자녀 삼아 주시고 아빠 아버지로 부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섭리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속에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사랑은 애정만 아니라 징계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큰 아이가 어렸을 때다. 실수가 아닌 잘못을 했다.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아 따끔하게 혼을 내고 벌을 세웠다. 이제 말귀를 알아듣는 다 큰 자녀에게 매를 들 수는 없고 딸이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고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일주일동안 사용금지를 했다. 사실 그것도 많이 봐준 것이다. 당시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랫동안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마음이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그날 밤이 되자 화가 가라앉고 마음이 누그러지자 딸에게 너무했나 싶어 마음이 쓰였다. 핸드폰 없이 많이 불편할 텐데 적당히 하고 돌려줄까 망설였다. 내 책상위에 보관중인 큰딸의 전화로 계속해서 전화와 문자가 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딸의 친구들이 연락이 안되니 계속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그러나 딸아이를 훈계할 목적으로 전화를 빼앗은 건데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해서 없던 일로 한다면 아니 한만 못한 일이 되고 말 것 같았다. 

징계를 중단하고 전화를 돌려준다면 결국 아이를 벌한 것이 화풀이한 것밖에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둘째 날이 되자 아이가 측은해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좀 심한 것은 아닌가 싶어 다시 또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셋째 날이 되자 이젠 오히려 내가 안달하며 돌려줄 명분을 찾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핸드폰 없이도 잘 지내고 익숙해져 괜찮아 보이는데 오히려 내가 견디기 힘들었다. 아이를 볼때마다 안쓰러워 징계를 하는 내가 벌을 서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늘 핸드폰을 쥐고 살던 딸아이 손이 어느 순간 책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방학때라서 집에서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TV 도 볼만하게 없어 심심하니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책을 좋아하고 잘 읽던 아이였는데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부터 필요에 의한 게 아니면 예전처럼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핸드폰이 없어지자 이전에 좋아했던 책으로 다시 눈을 돌린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 잘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일주일 후에 전화기를 돌려줄 때 딸아이에게서 아무런 섭섭한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와 딸 둘 다 이 과정을 잘 넘긴 것에 대견한 마음까지 들었다. 딸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줬고, 아내도 딸에게 징계기간을 잘 견디고 핸드폰을 돌려받은 것을 칭찬해 주었다. 우리 가족은 마치 무슨 작은 경사라도 생긴 듯 축하를 건네고 함께 결과에 기뻐했다. 딸아이도 아무런 원망없이 밝은 모습으로 핸드폰을 돌려받고 좋아했고, 오히려 이 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긴 것 같았다. 

이 과정을 지나며 우리와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에서 마음과 생각이 멀어지면 그 방해하는 것을 빼앗으실 때가 있다. 하나님은 늘 우리의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그 순서가 바뀔 때 다시 순서를 바로 하시기 위해 잠시 빼앗아 놓기도 하신다.

그래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만약 나에게서 어떤 소중한 것을 취하실 때가 생기면 내가 그것을 하나님보다 먼저 두었던 것은 아닌지, 혹 그랬던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내 아들아 여호와의 징계를 경히 여기지 말라 그 꾸지람을 싫어하지 말라 대저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기를 마치 아비가 그 기뻐하는 아들을 징계함 같이 하시느니라” (잠언 3:11-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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