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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부모 파워

작성일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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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하게 기대되는 부모의 사랑조차 죄성으로 이렇게 망가져

상담을 하면서 현장에서 발견하고 놀라게 되는 것은, 상담실을 찾는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하나같이 현재 호소하고 있는 마음의 고통의 원인이 그들의 부모라는 사실이다. 

마땅히 자녀를 잘 돌보고 사랑해야 하는 부모가 어째서 자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 고통 때문에 상담까지 받아야 하는 걸까? 한 두 명의 케이스가 아니라 정말 과장하지 않고 우리 상담실을 찾는 분들의 99% 가 그들이 상담받는 이슈에 부모가 직/간접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성/부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기가막힌,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를 학대하거나 유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상담실을 찾지 않은 분들까지 고려하면 부모의 부정적인 영향이 그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으리라고 희망해 본다. 

또한 많은 부모님들이 그들 나름으로는 자녀들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던 말이나 행동들이 정작 자녀에게는 가슴에 화살로 꽂히고 목을 조르게 되는 것을 부모님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부모, 자녀가 서로의 필요와 공급이 잘 맞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즉, 자녀들이 정말 필요한 것은 부모가 주지 않고 반대로 부모는 자녀에게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퍼 주는 경우가 그렇다. 

어떤 경우는 부모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녀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다른 일(부부갈등, 가정경제, 건강문제, 고부문제 등)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자녀들이 보이지 않아 자녀들이 방임되는 경우도 있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엉뚱하게 표현해서 자녀에게 사랑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모 역시 자신의 부모에게서 학대나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키우게 될 때 부모는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부모가 했던 것을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알려진, 혹은 알 수 없는 다양한 이유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가정에서 자녀들은 부모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자라고 있다. 매일같이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성인이 된 후까지 고통 속에 신음하는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이런 현실을 마주하는 나는 무척이나 마음이 안타깝고 슬프다. 심지에 그 부모들 중에는 예수 잘 믿는 사역자나 교회 지도자들도 부지기수 포함되어 있으니 이 상황에 더 가슴을 치게 된다. 고통에 신음하다 더이상 견디기 어려워 상담실을 찾는 분들은 상담사들이 상담이라는 방법을 통해 치유와 회복 과정을 돕겠지만, 이것은 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배운 많은 분들이 각자의 교회나 지역에서 부모나 예비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모 세미나 같은 것들을 많이 개설해서 부모를 위한 교육을 많이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상담실을 찾는 분들이 줄어 들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비록 나는 상담을 가르치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아무도 상담받을 일이 없는 그 날이 오기를, 그래서 상담이 이 땅에서 필요없어지기를 고대하면서 상담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모성애를 포함하여 부모의 사랑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으로 자녀를 사랑하고, 자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자녀를 늘 따뜻하게 품어주고 수용 해준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녀에게 고통을 주는 엄마를 보면서, 그래도 저 엄마는 자녀를 사랑하기는 하겠지, 단지 표현을 못하는 것 뿐이야, 라고 단정짓고 싶어진다.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기가 막히게도,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그리고 자녀를 사랑할 수 없는 부모가 의외로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자녀들은 그 부모가 언젠가는 사랑, 관심, 인정을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애타게 부모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살아온 세월이 어떤 분은 이십년, 어떤 분은 육십년이 된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것은 죄성으로 인해 타락한 인간 모습의 한 단면이다. 마땅하게 기대되는 부모의 사랑조차 죄성으로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 이렇게 부모로 인해 마음의 고통을 가진 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기독교 상담에서 목표로 하는 것이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사49:15)    

다음 호부터는 부모로 인해 자녀들이 어떻게 상처를 입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눠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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