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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아이들의 신앙 발달 단계

작성일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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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신앙 체계를 발전시켜

인간은 기본적으로 영적 존재로서 종교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종교성이 표현되는 구체적인 종교 전통과 예식은 부모, 사회, 문화를 통해 전수받게 된다. 일차적으로 신앙의 틀을 전해주는 사람이 부모 혹은 양육자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 개인의 신앙 발달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매우 결정적이다. 종교심리학자인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는 개인의 신앙은 평생 동안 몇 번의 질적 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았는데, 이 발달 과정은 인지적, 정서적, 관계적 발달 과정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격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와의 상호작용과 관계가 결과적으로 자녀의 신앙 발달을 건강한 방향으로 촉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앙 발달을 저해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신앙을 가진 부모는 그 신앙이 자녀들에게 잘 전수되기를 바라지만, 신앙의 전수는 단순히 교리와 예식을 주입하고 강제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신앙의 발달 수준을 잘 고려해야 하고, 무엇보다 신앙이 전수되는 매개가 되는 자녀-부모 관계를 건강하고 신뢰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교육한다면 신앙의 세대 전수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세대 간 신앙 전수를 위해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발달 심리학과 파울러의 신앙 발달 단계 이론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신학자이자 목사이며 동시에 심리학자였던 파울러는, 당시에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발달심리학자들인 피아제(Jean Piaget), 에릭슨(Erik Erikson), 콜버그(Lawrence Kohlberg), 길리건(Carol Gilligan) 등의 이론들을 신학적으로 탐구하여 인간의 성격, 인지능력, 도덕성 등의 발달과 함께 신앙 역시 단계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방대한 인터뷰와 연구를 통해 이를 체계화시켰다. 파울러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보편적으로 영적 존재로 누구나 영성을 타고 나며, 이는 특정 종교적 배경과는 상관이 없다. 영성은 삶을 이끌어가는 동기가 되는 삶의 목적이며 의미이고, 타인과의 관계, 궁극적으로는 초월자와의 관계를 향하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경향성이다. 영성은 한 개인이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다양한 관계 속에서 공동체와 문화를 통해 특정 모양의 종교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어떤 유형의 종교의 틀을 띄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모든 인간은 인지 능력과 관계성, 그리고 성격이 발달함에 따라 영성과 신앙도 질적인 변화를 겪으며 발달한다. 파울러는 전 생애를 통한 신앙의 발달 단계를 크게 7단계로 구분하였는데, 각 단계를 미분화된 신앙, 직관적-투사적 신앙, 신화적-문자적 신앙, 종합적-관습적 신앙, 개인적-반성적 신앙, 통합적 신앙, 보편적 신앙으로 칭하였다.

만 2-3세까지의 미분화된 신앙 단계에서 아이들은 신앙에 있어서 말보다는 느낌, 감각,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어렴풋하게 배워나간다. 그 다음 3-7세에 해당하는 직관적-투사적 신앙 수준에서는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고 글을 배우고 또한 인간관계도 넓혀 나가면서 이미지, 스토리텔링, 감각 등을 통해 신앙을 익히게 된다. 그 후, 초등학교를 다니는 시기는 신화적-문자적 신앙(Mythic-Literal faith)의 단계로서 이 때의 아이들은 소속된 공동체의 신앙 체계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신앙이 발달한다. 이와 같은 이 시기 아이들의 인지 발달 수준을 고려할 때, 유치원 단계의 아이들은 그림이나 동화 구연의 방법으로 신앙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고 초등학교 단계의 아이들부터는 본격적인 교리 교육이나 성경공부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청소년기는 종합적-관습적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전에는 부모나 가까운 어른들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친구들의 경험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 훨씬 다양한 참조를 얻게 되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신앙의 체계를 발전시킨다. 청년기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점차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성찰하기 시작한다. 파울러는 이 시기의 신앙의 모습을 개인적-반성적 신앙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남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자기만의 신앙을 정립하려 한다. 그래서 이전에 순순히 받아들였던 공동체의 신앙 내용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비판하면서 받아들일 것과 거부할 것을 스스로 정하게 된다. 이전의 신앙이 교회의 신앙, 부모의 신앙, 주변의 신앙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자기만의 신앙을 찾아가는 단계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신앙을 배우고 내면화해 나간다. 그러므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잘 전수하고자 하는 부모와 교회 지도자들은 아이들의 신앙발달 수준에 맞게 적절한 신앙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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