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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세대 간 신앙 전수를 위한 자녀 양육

작성일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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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이전 유아, 친절한 사랑의 관계로 하나님의 이미지 형성을 도와야

1. 부모-자녀 관계  

파울러는 만2-3세까지의 단계를 미분화된 신앙(Undifferentiated faith)의 단계라고 말하는데, 이 시기에는 아이의 인지 발달의 수준도 미성숙하고 언어도 유창하게 발달하지 못한 단계여서 신앙에 있어서도 언어가 아닌 느낌과 감각으로 어렴풋하게 형성하는 단계이다. 

파울러는 이 시기가 신앙의 발달이라기 보다는 신앙의 바탕이 될 수 있는 덕목과 성품들이 발달하는 시기이며, 이 발달은 대부분 무의식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파울러에 의하면, 이 시기에 경험하는 부모와의 첫 상호 관계와 신뢰, 사랑 등은 아이 내면에 가장 근원적인 하나님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사회발달심리학자인 에릭슨도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와 자율성을 획득해야 하는 시기로서 이 때 형성된 기본적 신뢰는 아이의 전반적인 인간관계와 성격, 이 세상을 대하는 기본적인 틀을 만들게 되지만,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환경이 충분하게 지지적이지 않은 경우 기본적인 불신감이나 수치심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애착심리학자인 보울비(John Bowlby) 역시 이 시기가 부모의 양육방식을 통해 아이가 특정 유형의 애착을 형성하게 되고 이 때 형성된 애착 유형은 평생동안 아이의 인간관계 방식과 성격 특징으로 굳어진다고 말하였다. 정신과 의사이며 정신분석학자인 리주토(Ana-Maria Rizzuto)는 이 시기 부모와의 관계와 부모의 이미지가 그대로 하나님의 이미지로 투사되어 최초의 하나님 이미지가 형성된다고 하였다.

이런 여러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해 볼 때, 이 시기 아이들은 양육자, 특히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일평생 지속될 신앙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아직 인지발달이 미숙한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교리나 성경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대신 양육자가 크게 신경써야 하는 것은 바로 부모-자녀 관계이다. 부모-자녀 관계를 통해 아이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게 되면, 아이는 이 세상과 타인, 자신과 미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갖게 되고, 이는 긍정적이고 편안한 성품, 원만한 대인관계, 그리고 안정적인 정서를 얻게 된다. 이 기본적인 신뢰감은 다른 사람에 대한 편안한 신뢰감 뿐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과 연결된다. 즉,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평생동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부모-자녀 관계의 성격은 자녀에게 평생동안 유지되는 하나님의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고,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늘 수용적이고 용서하고 지지적이라면, 이런 부모에게서 양육된 아이는 자연스럽게 하나님 역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수용해 주고 용서하는 분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부모가 엄격하고 불친절하거나 거리감이 있고, 조건적으로만 사랑과 수용을 보여주었다면, 혹은 처벌적이거나 비난형이고 심지어는 아이에게 고통을 주었다면, 그 아이는 평생동안 하나님도 사랑보다는 벌을 주시는 무서운 분으로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초기의 하나님 이미지는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어 원초적인 뇌에 깊이 각인되기 때문에 좀처럼 교육이나 설교 등을 통해서 수정되기 어렵다. 하나님의 사랑을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과 몸으로 느낄 수 없는 경우는 대부분 생애 초기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하나님의 이미지가 그 이후 교회 교육을 통해 배운 하나님의 이미지와 다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3세 이전 아이를 양육할 때에는 신앙의 전수를 위해 명시적인 신앙 교육에 치중하기 보다는 아이와 따뜻하고 친절한 사랑의 관계를 잘 맺어 아이가 기본적인 신뢰감과 안전감, 그리고 긍정적인 하나님의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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