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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의 생각하며 기도하며 - 어 른

작성일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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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기에 하나님께 나아가 용서를 구하고

큰딸이 밥을 먹다 물을 엎질렀다. 동생들과 장난치다가 곁눈질로 물컵을 잡다 놓쳐 식탁에 엎지른 것이다. 가족식사를 하다 말고 흐르는 물을 닦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한눈 팔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는 실수였으니 잘못을 지적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어서 주의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방이 늘 엉망이다. 옷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침대도, 책상도 정리정돈이 안되어 있다. 조금만 부지런해도 이렇게까지 어질러지지 않았을 텐데, 결국 아이들이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다시 한번 잔소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큰딸과 둘이서 어디를 가게 되어서 차를 타고 가는데 딸아이가 팝콘을 가지고 옆자리에 앉았다. 딸이 조심성이 부족하다 생각해서 흘리지 말고 먹으라고 미리 주의를 줬다. 나도 같이 먹으면서 운전을 했다. 그런데 같이 먹다가 그만 내가 먼저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니 흘린 것을 털어내며 아무 생각 없이 가던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아빠가 불공평하다며 탄성을 지른다. 그리곤 하는 말이 자신은 조금만 실수를 해도 혼나는데 아빠는 아무리 실수를 해도 혼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자신은 식탁에서 조금만 물을 엎질러도 혼나는데 아빠는 비싼 노트북에 커피를 흘려서 키보드를 망가트렸는데도 혼나지 않는다며 억울해 했다.

실은 얼마 전 커피숍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던 중 곁눈질로 컵을 잡다가 쓰러트려 키보드에 커피를 조금 엎질렀던 적이 있었다. 빨리 수습을 했지만 이미 늦었는지 자판기 키 몇 개가 작동되질 않아 결국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자판기 전체를 교체해야 했다. 그리고 또 이것은 딸이 모르는 일이지만 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해 전 늦은 밤에 집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다가 깜박 졸아 물컵을 쓰러트려 노트북위에 물을 완전히 엎질러서 노트북을 새로 구입해야 했었다. 그리고 또 솔직히 말해서 내 서재도 아이들 방 못지않게 어질러져 있다. 여러 번 치우라고 잔소리를 하던 아내도 이미 오래 전에 간섭하기를 포기했다.

딸아이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운전을 하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의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딸의 말처럼 나는 실수를 해도 혼나지 않는다. 잘못을 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벌을 받지도 않는다. 왜냐면 우리 집에서 나는 가장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장인 나를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집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실수를 해도 괜찮고, 잘못을 해도 덮어진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내가 가장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낮추고 하나님 아버지 앞에 나아가 내 자신을 살피지 않으면 방종할 수밖에 없다. 실수를 해도 괜찮고, 잘못을 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는, 간섭 받지 않는 어른이기에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 용서를 구하고 내 행위를 바로 하지 않으면 잘못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더 나이가 들어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영원히 하나님아버지의 자녀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되리니 그가 만일 죄를 범하면 내가 사람의 매와 인생의 채찍으로 징계하려니와” (사무엘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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