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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 칼럼 - 돌아볼 여유

작성일 :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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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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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고 인사를 생략하고,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추월해서 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고, 그렇게 해서 딱히 얻은 것도 없다. 대신 잃은 것들은 분명하다

은행에서 줄을 서서 내차례를 기다리는데 앞에 있는 할아버지께서 은행원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이 지체된다. 할아버지는 친구를 대하듯 은행원에게 말을 건네며 안부를 묻고, 떠날 때도 잘 지내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을 끄는 할아버지를 보며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잠시 인사를 나누는 것도 못 기다리며 조급해 하는 나도 문제가 아닌지 싶었다.

가만히 보면 어르신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은퇴로 인한 삶의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에 쫓겨 살았던 이전의 분주한 삶을 마감하고 이제 천천히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가정을 돌보고, 책임을 다하고, 미래를 위해 젊음을 희생하며 살았던 시절이 지나고 드디어 얻은 여유와 자유이다. 바빠서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이제는 자세히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휴가를 즐기는 것처럼 천천히 운전을 하며 바람을 느끼고, 눈 안에 더 많은 풍경을 담고 싶을 것 같다.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지난 날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온 사람들, 급해서 인사를 건너뛴 사람들, 빠르게 추월하고 지나쳐 버린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지금 사과할 수는 없지만, 더이상 누군가를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고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 한창 일터에 있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애쓰고 수고해야, 나도 여유로운 은퇴를 꿈꿀 수 있다. 지금은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나의 꿈도 쫓아야 하니 그럴 여유가 없다. 불필요한 것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낭비이고, 갈 길이 먼데 느리게 가는 것은 사치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급히 움직이고, 서둘러 다음 일을 보러 간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대부분 부질없는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바쁘다고 인사를 생략하고,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추월해서 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고, 그렇게 해서 딱히 얻은 것도 없다. 대신 잃은 것들은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인사할 기회를 잃었고, 따뜻한 말한마디 건넬 수 있는 순간을 놓쳤다. 안부를 묻고 축복해줄 기회를 잃었다. 이 모든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한 소중한 것들이다.

또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을 것이고, 양보하지 않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갈 길이 급하다 보니 이웃을 돌아보지 못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돌아보면 미안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기회가 있었을 때 조금 더 잘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먼 훗날 찾아올 여유를 기다리기 보다 지금이라도 그동안 무심했던 사람들을 달리 대해야 한다. 외면하고 지나친 것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제라도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고 축복을 해야 한다.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하려고 하면 이미 소중한 기회들을 놓친 후가 될지도 모른다. 또 내 삶에 그런 여유가 찾아올지 않올지 알 수도 없다. 어쩌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지 모른다. 

주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바쁘다는 핑계로 큐티를 건너뛰고, 시간이 아깝다고 기도를 줄이고, 다른 일로 분주한 동안 성경책에 먼지가 쌓여간다. 나의 삶에 주님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신경쓰지 않는 관계가 되어버릴 수 있다. 

교회도 다르지 않다. 빠른 부흥을 위해 모든 힘과 자원을 성장에 쏟아붓는 동안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서두른 덕에 단시간내에 급성장을 이루었지만 성도들은 피폐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날 교회가 본질을 놓쳤다고 실망하고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침체되고 있는 교회의 현실을 돌아보니 급히 가는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내 삶에 허락된 모든 만남과 관계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뒤늦게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오늘도 바빠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웃을 돌아볼 여유는 갖고 살아야 한다.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엡 5:15)


조영석 목사

찬양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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