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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학 목사의 소통하는 교회 - 소통은 거짓을 막는 진리의 방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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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한국 사회는 사이비 이단 문제로 깊은 충격을 겪고 있다. 단지 특정 종교 집단의 일탈이나 개인적 피해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과 결탁하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공공성과 윤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공식석상에서 사이비 이단의 실태를 언급할 만큼, 그 영향력은 이미 국가적 신뢰를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문제를 외부의 위협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이비의 문제는 단지 그들만의 일탈이 아니라, 교회 내부의 구조적 허점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신앙심이 약하거나 판단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진지하게 믿음을 추구하던 이들일수록, 사이비의 메시지에 더 쉽게 끌리기도 한다. 이단 사이비들이 던지는 말은 언제나 그럴듯하다. “하나님이 당신을 특별히 택하셨다”, “지금은 마지막 때이며, 우리만이 참 진리를 알고 있다.” 문제는 그 말들이 기존 교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갈증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교회는 사람들의 갈증을 잘 모른다.
사이비는 돌봄의 언어로 다가온다. 교회에서 질문하지 못했던 것을 허용해주는 듯 보이고, 오랜 시간 갈증을 가진 채 외로움 속에 나름의 신앙을 지켜오던 이들에게 깊은 관심과 연결감을 제공한다. 처음엔 진짜 공동체처럼 느껴진다. 매일 안부를 묻고, 함께 기도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 속에서, 신앙인은 자신이 비로소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돌봄은 곧 통제로 바뀌고, 확신은 맹신이 되며, 공동체는 폐쇄적인 울타리로 변질된다.
교회는 이 지점에서 침묵해선 안 된다. 많은 경우, 사이비로 넘어간 이들의 발걸음은 이미 교회에서 마음이 떠난 뒤였다. 목회자의 부도덕성과 이중적인 언행, 권위적인 리더십,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분위기, 형식적인 양육과 무기력한 성경공부, 사람의 마음을 살피지 않는 훈련. 그 모든 요소가 사람들을 서서히 지치게 만들고, 결국엔 교회를 떠나도록 만든다. 문제는, 그들이 완전히 믿음을 버리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더 순수하게 하나님을 갈망하기에, 거짓이 진짜처럼 보일 때 그 유혹에 쉽게 붙잡힌다.
교회가 놓친 자리는 사이비가 가장 쉽게 뿌리내리는 장소다. 교회 안에서 충분히 돌봄받지 못한 마음, 함께 말씀을 나누고 해석할 기회를 갖지 못한 갈증,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없었던 침묵의 시간들이 결국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만다. “이건 아무에게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다.” “너는 선택받은 사람이다.” 이 말들이 믿음을 갈망하던 사람들에게는 위로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것이 복음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사이비는 결핍을 공략한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외로움, 이해받지 못했다는 억울함, 말씀 속 진리를 만난 적 없다는 영적 허기. 이 모든 것을 사이비는 채워줄 듯 접근하지만, 결국 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다. 오히려 한 사람의 인생을, 한 가족의 미래를, 한 사회의 윤리를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교회가 진짜 교회다워지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 설교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말씀을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의 리더십은 더 이상 통제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세워져야 한다. 성도들 간의 관계는 표면적인 인사로 끝나지 않고, 삶의 구체적인 고통을 함께 나누는 동행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질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의심과 회의가 죄로 취급되지 않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지금 사이비 문제는 단지 법과 제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교회가 건강해질 때, 그 틈은 사라진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씀 앞에서 서고, 삶 안에서 진리를 살아낼 때, 어떤 거짓도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진짜 복음은 사람을 얽매지 않는다. 두렵게 하지 않는다. 조종하지 않는다. 진리는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교회가 소통을 회복하고, 성경을 깊이 있게 나누며, 신앙이 삶과 연결되는 공간이 될 때, 우리는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사이비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규제가 아니라 진짜 교회다. 그리고 그 진짜 교회를 만드는 일은 지금, 여기, 우리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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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병 학 목사주님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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